Senin, 09 September 2019

벌집쑤신 트럼프…탈레반 많은 미국인 목숨 잃을것 - 매일경제


9·11 테러 18주년을 앞두고 아프가니스탄 무장반군 탈레반과 `깜짝쇼`를 벌이려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고 있다. 대화 상대방인 탈레반은 "더 많은 미국인이 목숨을 잃게 될 것"이라며 협박 수위를 높였고, 워싱턴 정가는 탈레반 지도부를 캠프데이비드에 불러들이려 한 트럼프 대통령의 성급하고 무책임한 태도를 맹비난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의 캠프데이비드 회동 취소 선언을 두고 그가 자랑해온 `거래의 기술`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아프간 탈레반 지도자들을 캠프데이비드로 불렀다가 전날 취소하자 거센 후폭풍이 불고 있다.

협상 대상이었던 탈레반은 즉각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취소 결정을 비판했다. 이날 알자지라에 따르면 자비울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성명에서 "미국의 신뢰도는 훼손됐다"며 "더 많은 미국인이 목숨을 잃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내에서도 여야 가리지 않고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탈레반과 평화 협정을 무리하게 서두르다가 돌연 번복한 것도 문제지만 9·11 테러 18주년을 불과 며칠 앞두고 비밀리에 협상을 추진하려 한 정치적 무감각도 비난의 대상이 됐다. 미국 메릴랜드주에 위치한 대통령 전용 별장인 캠프데이비드는 9·11 테러 당시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테러 대응 방안 논의를 주관했던 상징적 장소다.

게다가 탈레반은 테러 배후였던 오사마 빈라덴을 은닉하고 알카에다 조직을 비호했다가 미·영 연합군의 아프간 공습을 불러왔던 당시 아프간 집권 세력이다. 탈레반은 이로 인해 정권을 상실했으나 여전히 파키스탄 접경 지역을 기반으로 저항하고 있다. 지난 5일에도 탈레반이 아프간 수도 카불에서 일으킨 자살 테러로 미군 1명 등 희생자 12명이 발생했고, 비밀 회동이 파기되는 직접적 원인이 됐다.

마이클 그린스턴 미국 육군 원사, 조지프 마틴 미국 육군 참모차장, 라이언 매카시 미국 육군 장관,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왼쪽부터)이 7일(현지시간) 델라웨어주 도버 공군기지에서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 테러로 숨진 미군의 유해 송환식에 참석하고 있다. [AP = 연합뉴스]
사진설명마이클 그린스턴 미국 육군 원사, 조지프 마틴 미국 육군 참모차장, 라이언 매카시 미국 육군 장관,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왼쪽부터)이 7일(현지시간) 델라웨어주 도버 공군기지에서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 테러로 숨진 미군의 유해 송환식에 참석하고 있다. [AP = 연합뉴스]
미국 언론들은 1978년 당시 지미 카터 대통령이 이집트와 이스라엘 정상을 초대해 캠프데이비드에서 타결한 중동 평화협정을 트럼프 대통령이 재현하려 했을 것으로 추측했다. 그러나 테러단체 지도자를 미국 심장부로 초청하려던 계획이 어떤 과정으로 추진됐는지는 아직 베일에 가려져 있다.

민주당 대선 주자이기도 한 에이미 클로버샤 상원의원은 CNN에 "외교 정책을 일종의 게임쇼처럼 다루는 사례"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대하는 방식을 연상하게 한다"고 비판했다.

공화당에서도 비밀 회동 추진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애덤 킨징어 하원의원은 트위터에서 "9·11에서 물러서지 않는 테러 조직의 리더 중 어느 누구도 우리의 위대한 나라에 들어와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리즈 체니 하원의원도 트위터에 "탈레반은 3000명이 희생된 9·11 테러를 지원했다"며 "탈레반 조직원은 아무도 알카에다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한 캠프데이비드에 발을 들여놔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리아, 예멘, 아프간 등에서 점진적으로 미군을 철군하겠다고 공언하고 이를 실행에 옮기려 하고 있으나 공화당과 정권 내부에서조차 반대 목소리에 부딪히고 있다. 아프간 친미 정권인 아슈라프 가니 대통령도 평화협정 초안에 분명한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은 많은 공화당 동료가 제기하는 부정적 평가를 두려워하기 시작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그 협정(초안)은 완전한 휴전을 요구하진 않았다"고 평가했다.

반면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을 옹호했다. 앞서 미국 언론들은 폼페이오 장관이 탈레반과 체결할 평화협정 초안에 반대하며 내부 갈등을 빚었다는 보도를 내놓았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ABC방송에 출연해 "나도 캠프데이비드 역사에 대해 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도 그 부분을 되새겼다"며 "역사적으로 꽤 나쁜 행위자들도 다녀간 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탈레반은 협상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테러를 이용하려 했다"며 "탈레반이 행동을 바꿔 우리가 이야기해온 것을 다시 약속하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평화협정은 일단 보류됐다고 밝히면서도 협상의 문은 열어둔 것이다.

전직 미국 국방 당국자는 폴리티코에 "예상하지 못한 움직임으로 좋지 못한 결과를 예측할 수 있다"며 "특히 갑작스러운 회담 취소는 `미국은 믿을 수 없는 상대방`이라는 탈레반의 생각을 강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 = 신헌철 특파원 / 서울 = 김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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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09 08:52:20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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